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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완벽함을 깨뜨린 금기, 루트 2와 잔혹한 순교자

이야기로 보는 [수학]

by @Point_B 2026. 5. 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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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파소스
루트 2와 잔혹한 순교자 히파소스

모든 것이 완벽한 질서 속에 움직인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 수학을 종교처럼 숭배했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인 '피타고라스 학파'입니다.

그들에게 수학은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라 우주의 진리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구축한 완벽한 천국은 한 제자가 발견한 '기묘한 숫자' 하나 때문에 완전히 피비린내 나는 비극으로 뒤바뀌게 됩니다.

지중해 푸른 바다에 던져진 수학자, 히파소스와 무리수에 얽힌 잔혹한 역사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세상은 정수로 이루어져 있다" : 피타고라스의 종교

피타고라스 학파는 오늘날의 대학이라기보다는 비밀 종교 집단에 가까웠습니다. 그들에게는 절대적인 교리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만물은 수다(All is number)"라는 선언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란 1, 2, 3 같은 자연수와, 이들의 비율로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분수(유리수)'만을 의미했습니다.

우주의 행성 궤도부터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까지,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정수의 깔끔한 비율로 설명된다고 믿었기에, 그들에게 유리수는 신이 만든 완벽한 세계의 증거였습니다. 만약 이 세상에 정수의 비율로 표현할 수 없는 수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신의 실패이자 우주의 결함인 셈이었죠.

아름다운 삼각형이 품은 시한폭탄

비극은 피타고라스 자신이 정립한 가장 유명한 정리, 바로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a² + b² = c²

학파의 유망한 수학자였던 히파소스는 어느 날 아주 단순하고 아름다운 직각삼각형 하나를 그렸습니다. 밑변의 길이가 1이고, 높이의 길이가 1인 직각삼각형이었습니다.

그는 이 삼각형의 빗변 길이를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빗변의 길이를 x라고 한다면 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² + 1² = x² → x² = 2

제곱해서 2가 되는 수, 오늘날 우리가 구하는 √2였습니다.

히파소스는 교리에 따라 이 x를 당연히 어떤 정수 분의 정수, 즉 분수 형태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계산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밤을 새워 계산해도, 어떤 숫자의 조합으로도 이 길이를 완벽한 분수로 딱 떨어지게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소수점 아래로 끝도 없이, 아무런 규칙도 없이 무한히 뻗어나갈 뿐이었습니다.

신의 모독인가, 진리의 발견인가

히파소스는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해 냈습니다. '제곱해서 2가 되는 수(√2)는 절대로 정수의 비율(분수)로 표현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말이죠.

그는 흥분하여 이 위대한 발견을 스승과 동료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수 체계의 지평을 넓힌 엄청난 혁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찬사가 아닌 차가운 침묵과 공포였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에게 히파소스의 발견은 위대한 진리가 아니라, 자신들의 종교적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악마의 수'이자 '신의 모독'이었습니다. 세상이 정수의 비율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자신들이 평생 바쳐온 신념이 가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중해에 던져진 천재 수학자

피타고라스 학파는 이 부끄럽고 두려운 비밀을 철저히 은폐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히파소스에게 절대 이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강력한 함구령을 내렸죠.

하지만 진리를 향한 갈망을 멈출 수 없었던 히파소스는 결국 이 기묘한 수의 존재를 학파 외부로 세상에 알리고 말았습니다.

전해지는 역사적 일화에 따르면, 피타고라스 학파의 비밀 결사대들은 히파소스를 붙잡아 배에 태운 뒤, 지중해 한가운데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그를 차가운 바다 깊은 곳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진리를 말한 대가는 '익사'라는 잔혹한 순교였습니다. 학파는 그가 사라진 뒤 "신을 모독한 죄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천벌을 받은 것"이라며 사건을 은폐했습니다.

히파소스가 수장된 바다 위에서 피어난 현대 수학

피타고라스 학파는 히파소스를 제거하면 비밀이 영원히 묻힐 거라 믿었지만, 진리는 바다에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훗날 수학자들은 히파소스가 발견한 이 '말도 안 되는 수(Irrational Number)'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한자로 '이치가 없는 수'라는 뜻의 무리수(無理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 '알로고스(Alogos, 비율이 없다)'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역에 가깝지만, 당시 피타고라스 학파가 느꼈던 "이성적이지 않은 수"라는 공포감을 아주 잘 대변해 줍니다.

만약 히파소스의 순교가 없었다면, 우리는 실수의 개념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고 현대의 복잡한 공학이나 과학 기술도 존재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자신의 신념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리를 바다에 묻으려 했던 권력자들과, 목숨을 잃으면서도 수학적 진실을 세상에 꺼내놓은 젊은 수학자.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문장 속 '루트 2'에는, 사실 진리를 향한 숭고하고도 섬뜩한 피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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