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의 역사에는 수많은 난제가 존재하지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만큼 드라마틱한 서사를 가진 문제는 없습니다. 단 한 줄의 장난스러운 메모에서 시작되어, 인류 최고의 천재들을 358년 동안이나 절망에 빠뜨렸던 이 기묘한 여정을 되짚어 봅니다.
1637년경, 프랑스의 법관이자 아마추어 수학자였던 피에르 드 페르마는 디오판토스의 저서 《산학》의 여백에 다음과 같은 낙서를 남깁니다.
"n이 3 이상의 정수일 때,
xn + yn = zn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경이로운 증명 방법을 발견했으나, 이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에 적지는 않겠다."
이 단순해 보이는 공식은 피타고라스의 정리(n=2)에서 지수만 살짝 바꾼 형태였지만, 그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페르마 사후 이 메모가 공개되자 전 세계 수학자들은 이 '경이로운 증명'을 찾기 위해 사투를 시작했습니다.
수학의 거인 오일러는 n=3인 경우를 증명했고, 가우스와 디리클레 등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n=5, n=7인 경우를 하나씩 정복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모든 n'에 대한 일반적인 증명은 요원했습니다.
19세기 쿠머의 '이상수' 이론부터 20세기 컴퓨터를 이용한 계산까지 동원되었으나, 무한한 숫자의 세계에서 이 정리가 항상 참임을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이 문제는 수학자들에게 '무덤'이자 동시에 '에베레스트'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1950년대 일본의 수학자 다니야마 유타카와 시무라 고로가 제기한 '다니야마-시무라 추론'이 그 열쇠였습니다.
전혀 다른 두 분야가 "모든 타원 곡선은 모듈러 형식이다"라는 명제로 연결되었고, 만약 페르마의 정리에 반례가 존재한다면 그 반례로 만든 타원 곡선은 모듈러 형식이 될 수 없다는 사실(리벳의 정리)이 밝혀졌습니다. 즉, 다니야마-시무라 추론을 증명하는 것이 곧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1986년, 이 소식을 들은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는 은둔을 선택합니다. 그는 7년 동안 자신의 다락방에서 오직 이 한 문제에만 매달렸습니다. 현대 수학의 모든 기법을 총동원한 끝에, 1993년 드디어 증명을 발표합니다.
중간에 발견된 논리적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1년의 시간을 더 보낸 그는, 1994년 최종적으로 358년 된 난제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의 증명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이었던 수학의 여러 분야를 하나로 통합하는 거대한 지적 금자탑이었습니다.
오늘날 학계는 페르마가 실제로 증명에 성공했을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그가 발견했다고 믿었던 방식은 아마도 논리적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오만한 낙서 한 줄은 350년 동안 수학의 영토를 비약적으로 넓히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깨달았는가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교훈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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